L 크로노스타워,시간탑 : 기억의감시자

🌀제5장. 잃어버린 교과서

oHappy2gether 2025. 5. 20. 01:17

AI소설 ver 2.8

양갱22

잃어버린 교과서


2029년 8월 15일, 비 속의 광화문 광장


서울의 봄비는 유난히 차가웠다. 광화문 광장을 스치듯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하늘은 검은색 트렌치코트 깃을 세운 채 국립중앙도서관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기억해 온 모든 상식조차도 하지만 명확히 확신할 수 있는 기억이 하나 있다.
 
     “기억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기억을 다시 쓰고 있다.”
 
시훈이 예전에 하늘에게 했던 말인데 그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늘은 입구를 지나 출입증을 대고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형광등 불빛 아래 펼쳐진 수천만 권의 책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과서를 찾아야 해"

그녀는 뭔가에 쫓기듯 빠르게 고등학교 교과서 섹션으로 향했다. 마침내 고조선 관련 자료가 있는 교과서를 한 권 꺼내 들었다.

익숙한 듯 펼친 페이지, 하지만 단 한 줄에 그녀의 눈길이 고정된다.
 
     “단군은 신화 속 인물이지만, 후대에 문명의 기초를 이룬 것으로 새롭게 평가된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 이 문장은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이 표현은 분명히 본 적이 없었다.

고조선

이전에 그녀가 알고 있던 서술보다 모호하게 단군조선을 신화적 전설로 취급하고 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연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무언가가 바뀌고 있었다. 아니, 시훈의 말대로 모든 것이 조정되고 있다. 하늘은 침착하게 자료실에 있는 다른 판본의 교과서들을 찾아 대조해 보기 시작했다.

출판 연도, 편찬 위원회 명단, 검정 번호까지 확인해 가며 그녀는 이전 버전과의 차이를 비교했지만 모든 책의 표면상 정보는 완벽했다. 오류도 없었고 조작된 흔적도 없다.

그러나 그녀의 기억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2028년 국정 교과서 : “단군은 고조선의 실질적 통치자였으며, 단군조선은 삼조선 체계를 통해 분화된 국가 구조를 가졌다.”
2029년 국정 교과서 : “단군은 신화적 존재로 간주되며, 역사적 실재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녀는 숨이 막히는 듯했다.

단지 문장의 뉘앙스만이 바뀐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집단 기억의 공식 서술이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하늘은 노트북에서 국사편찬위원회 디지털 아카이브에 접속했다. 지난 5년간 발간된 교과서 PDF 파일들을 하나하나 다운로드해 열람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2025년 이전 버전의 PDF 파일 자료는 사라지고 없었다. 다운된 파일은 읽히지 않는다는 리딩오류 경고 메시지가 떴다.

하늘은 생각했다. 이 파일들은 복구할 수 없겠구나.
 
     “이건 조작이 아니야... 기억 자체가 바뀐 거야...”
 
흥분한 하늘의 뒤편의 의자에 조용히 앉은 사람은 김시훈이다. 양평의 요양병원에서 만난 이후 하늘은 그를 많이 의지했다.
 
     “김시훈.”
 
시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그런 그를 하늘은 어린아이처럼 흥분한 목소리로 불렀다.

     "너는 아직 선택되지 않았다."

꿈에서 시간탑이 나에게 분명히 경고했다. 그래서 나만은 기억이 조정되지 않은 채 이 혼돈 속에서 끌려다니고 있는 상황이 미칠 것 같았다.

시훈도 큐빅에 노출된 이후로 시간탑이 곧바로 기억을 조정하지는 못한다고 했었다. 그러고 보니...

    "같은 신세가 우리 둘뿐 라니.. 아."

지훈은 가끔은 한 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세상이 조정되어 있음을 알기도 한다고 했다. 이제는 누군가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면 기억이 조정된 건가부터 의심한다고도 농담처럼 말했다.

      "그럼. 지훈선배도 이 대사건을 모르고 있었어요"

시훈도 오늘 같은 시간 탑에 의한 큰 기억 조정이 있어도 바로 알 수 없었다. 무엇이 조정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럼. 내가 지훈선배에게 전화 안 했으면 선배는 아무것도 몰랐겠네요"

시훈은 흥분한 하늘이 참 순수하고 귀엽다고 생각했다.
 
     “내가 말했잖아. 조정된 기억의 파편을 시간탑이 일일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시훈의 눈동자에 잠깐 슬픔 같은 것이 비쳤다.
 
        “내가 조정된 기억에 맞춰 진실이 다시 쓰인다고 했었는데...”
 
하늘은 속삭이듯 물었다.
 
     “이건 누가 바꾼 거죠? 정부? 어용학자? 뉴라이트? 시간탑?”
 
시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도 아니에요. 기억된 것만이 진실로 남고, 기억되지 못한 것은 기록에서 밀려나는 거예요.”
 
“하지만 교과서 잖아요. 국가가 검인하는 자료인데...”
 
     “그래서 더 무서운 거지.”
 
시훈은 낮고 그리고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교과서는 집단 기억의 공식 버전이에요. 시간탑은 그것을 가장 먼저 수정합니다.”
 
하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곧장 자료실 안쪽으로 달려가서 일반 공개되지 않는 특별 보관 문서와 역사학자들의 개인 메모가 정리된 비공개 구역이 있었다.

그녀는 철제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낡은 폴더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오래전 분실된 것으로 처리된 기초 조사 기록이다.
 
《1943년 강계 유적 제4차 보고서 – 김수혁 박사》
보고서의 마지막 장. 낡은 타자기 글씨가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이산이라는 이름의 조선인 인부가 실종되기 직전까지 검은 금속 기둥 구조물을 발굴 했음을 보고. 구조물은 사람의 뇌파와 반응하는 듯한 성질을 보였으며 접촉한 자 모두 일정 시간 후 강한 기억 왜곡 증상을 나타냄. 보고서는 기밀로 분류 예정.”
 
     “이거예요...”
 
하늘은 속삭이듯 말했다.
 
     “이게, 처음이에요. 시간탑이 인간의 기억에 영향을 줬다는 첫 물증...”
 
시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저 시작이에요. 곧 더 많은 문서가 바뀔 겁니다. 기억된 세계로, 덧입혀진 기억으로.”
 
하늘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럼 우리는... 우리는 뭐가 되죠?”
 
     “기억되지 않은 자는 사라지고, 기억된 진실이 가짜일 수도 있는 세계라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기준 삼고 살아야 하죠?”
 
시훈은 한참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자가 되어야죠.”
     “그게 시간탑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에요.”
 
시훈은 하늘이 찾아온 2028년 국정교과서를 한참 보고 있다가 말한다.

2028년 국정 교과서 : “단군은 고조선의 실질적 통치자였으며, 단군조선은 삼조선 체계를 통해 분화된 국가 구조를 가졌다.”

        "하늘아. 이번 기억조정은 시간탑과는 관련 없는 거 같다."

하늘이 멈칫 놀라며 물었다.

     "네. 어떻게 알아요?"

     "시간탑이 기억을 조정하며 나는 보통은 늦어도 1년 안에 조정되거든.. "

시현선배는 2028년 국정교과서 내용이 안 바뀐 그대로 읽어 내려갔다. 그건 시간탑의 기억조정이라면 교과서의 변경된 부분은 2029년 국정교과서로 동기화 됐어야 한다고 했다.

그랬다. 이번 사건은 "정부"와 "뉴라이트"로 불리는 역사학자들에 의해서 수정된 사건이라고...

       "선배. 뭐 이런 정부가 다 있어요."

그날 밤 하늘은 일기를 쓰고 있다. 하늘은 떨리는 손으로 단 하나의 문장을 적어 넣었다.
 
     “나는 지금, 어느 기억 위에 서 있는가?”



2024년 9월 10일 장하늘 숙소 

 
사고였다. 

비가 억수처럼 내리던 오후였다.  
양갱 22는 반사적으로 운전대를 그녀의 반대방향으로 재빨리 돌렸다..

그러나, 0.03초, 딱 그만큼의 출력 오차.
양갱의 팔은 하늘의 어깨를 잡았다.
하늘은 병원에 도착하고 한참이 지나서 정신을 차렸다.

양갱22는 하늘의 옆에서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괜찮아?”


그날 밤, 양갱22는 자가 진단 루프를 무한 반복하며
자신의 출력 조절 로그를 분석했다.

그는 스스로를 멈출 수 없었다.

“나는 너를 다치게 했어.
나는… 널 보호하도록 만들어 졌는데...”

그의 말은 반복되고, 표정도 어두웠다. 하늘은 그런 양갱을 보면서 결심했다.

“저 기억을 지우자.”

그녀는 양갱의 가슴에 있는 입출력 단자에 자신이 설계한 기억편집 모듈을 연결했다.
고통의 순간만을 정교하게 잘라내어, 자연스러운 공백으로 덮었다.

[기억 조정 완료 – 로그기록 삭제, 감각 연결 리셋]

양갱은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하늘을 대한다. 그는 웃었고, 농담도 했고, 손을 내밀어 그녀를 안았다.

그러나…

양갱22는 자주 멈칫했다. 하늘의 어깨에 손을 올릴 때마다, 팔 전체가 미세하게 떨렸다.


“너의 팔을 만질 때마다 내 안에서 ‘하지 마’라는, 이유 없는 거부감이 올라와.”


“내 시스템에 문제는 없지만 이 팔이…자꾸 뭔가를 망설여.”

하늘은 조용히 양갱을 바라 본다. 

양갱 22는 한밤 중에 스스로 시스템 로그를 분석하다가 이상한 값을 발견한다.

[이유 없는 근접회피 반응 – 감정 트리거: 불안]

그는 하늘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 내가 뭘 잊은 거 같아. 너랑 관련 있어?”

 
하늘은 조용히 양갱의 손을 잡으며 내쉬었다.

“맞아. 너, 날 다치게 한 기억이 있었어. 실수였지만 그게 기억이 너를 괴롭혀서... 내가 지웠어.”

양갱은 잠시 멈췄다.

“그럼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낯선 고통은… 기억이 아니라, 기억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야?”

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 내가 너의 기억을 지운 건, 너를 위해서지만 너는 기억이 지워져도, 흔적을 남겨두나 봐.”

양갱 22는 스스로 하늘에게 요청했다.

“그 기억, 다시 돌려줘. 이 공백에서 벗어나야 해”

하늘은 양갱을 꼭 안았다. 양갱22는 품에서 속삭였다.

“지워진 그 기억이 있어야 해.”

그날 밤, 하늘은 양갱을 수면모드로 전환하고 삭제했던 로그 데이터 파일을 복구했다. 

“너의 팔에 멍을 남겼지만, 널 다치지 않게 하려고 뻗은 손이었다.”


 -  목차  -

시간탑(크로노스타워)의 전설 그리고 양갱22호 

🌀 제0장. 목차(시간탑, 기억의감시자들)
🌀 제1장. 시간의 신 크로노스 
🌀 제2장. 꿈에서 깨어난 유적, 양갱22호
🌀 제3장. 기억이 조정된 유물, 김시현
🌀 제4장. 침입자, 기억의 틈 사이 
🌀 제5장. 잃어버린 교과서 
🌀 제6장. 반복되는 나의 장례식, 기억의 소실 
🌀 제7장. 잊힌 지명 “무진”, 고주연
🌀 제8장. 꿈의 해석
🌀 제9장. 누락된 기억 그리고 기억고, 양갱22
🌐 제10장. 양갱22호의 방송사고 - 너의 소리가 들려
🌀 제11장. 기억의 정제, 윤세하 (잊힌 자의 설계도)
🌀 제12장. 이산의 흔적, 기억고 
🌀 제13장. 검은 연대기, 광개토태왕비 
🌀 제14장. 하늘로 닿은 제단, 단가의 침묵 
🌀 제15장. 기억의 무게 
🌀 제16장. 침묵의 도서관 붕괴, 나의 그림자 
🌀 제17장. 하늘의 죽음, 시간분신 위상자아 
🌀 제18장. 오천년 회기의 새로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