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크로노스타워,시간탑 : 기억의감시자

🌀제9장. 누락된 기억 그리고 기억고, 양갱22

oHappy2gether 2025. 5. 20. 04:04

AI소설 ver 2.0

Cronos Tower

 

누락된 기억 그리고 기억고, 양갱 22

 

2035년 4월 29일, 국립기록원 특별열람실.

 
하늘과 시훈은 시스템 컨트롤 장갑을 낀 채 조심스럽게 오래된 문서를 펼쳤다. 조용한 방 안은 숨소리조차도 크게 울릴 정도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그들이 들여다보는 기록은 정부에서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누락 자료' 중 하나였다.
 
1950년 8월 19일. 김천
특이사항: 주민 증언 있음. 사건 보고 누락.
시간탑 현장기록 영상: 없음.
기록 번호: 공백
 
하늘은 회의실 벽면에 비치는 문서를 손으로 밀어 덮으며 시훈을 바라보았다.
 
"이 자료들은 시간탑이 자동으로 남기는 영상기억이 아예 없어. 심지어 기억관리번호도 그냥 공백이야."
 
시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단순한 누락이 아니야. 의도된 삭제 같아. 처음부터 ‘기억되지 않도록’ 설계된 시간."
 
그들은 곧바로 다음 사건 기록을 찾아보았다. 모든 기록은 놀라운 유사성을 띠고 있었다.
 
- 1954년 8월, 평양 서부: 대규모 이주 지시. 사유 없음. 기억 없음.
- 1954년, 남한 천문 관측기구: 중력 이상 현상 포착. 공식 보고 없음.
- 연도 미상, 북한 량강도 지역: 주민 전체 ‘집단 기억 상실’ 의혹. 보도 없음.
 
이 기록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년도미상이거나 시간정보 누락. 공식 보고 없음. 영상 없음. 증거 없음. 그리고, 기억 없음.
 
"이건 자료가 아니라,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
 
하늘은 중얼거렸다.
 
"시간탑이 왜 이런 '기억정보'를 만드는 거야. 저장단계에서 오류가 생기는 걸까? 시간탑이 정보를 왜곡하는 건가?"
 
하지만 그녀는 시간탑의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UN은 이미 시간탑의 기술이 현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초미래의 산물이라 결론지었다. 하늘은 그것이 무오류의 진실한 정보 체계라 믿고 있었다.
 
시간탑은 인간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그 기준은 인간의 이해 범주 밖에 있으며, 어떤 때는 극비의 정보도 제공하지만, 어떤 때는 사소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하늘, 이거 봐."
 
시훈은 시계탑이 보낸 답장에서 한 문장을 가리켰다.
 
"시간은 고정되지 않는다.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따라 현재는 다시 고쳐진다."
 
하늘은 그 문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문장… 어디서 봤더라…"
 
 
 

2045년 12월 24일, 대한민국 인공지능 AI 기억고.

 
눈 내리는 성탄절 이브. 자율 주행하는 그녀의 차 안에서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 세미나에 접속하고 자신의 데이터 뱅크가 강연중인 영상을 보고 있다.

그녀는 홀로그램을 손으로 살짝 밀쳐두고 허공에 말한다.

 
"양갱 22(기억고의 장하늘 ID)~. 내가 보낸 메모 보고 자료 준비해 줘."
 
차량 내부에서 응답이 돌아온다.
 
"응~ 알았어. 빨리 와~"

하늘의 개인 데이터 뱅크 "기억고"를 그녀가 부르는 이름은 "양갱 22"다.

 
급속하게 진화하던 인공지능 기술은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 현상으로 심각한 신뢰 위기를 맞이했었다. 일부 AI는 자가진단으로 ‘정신분열적 정보 왜곡’을 인지하고 스스로 오류를 선언하며 기능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AI붕괴사태’ 이후, 전 세계는 신뢰 가능한 AI의 기준을 재정립해야 했다. 
 
인공지능 "기억고(GiEokGo)"는 하늘이 시간탑의 윤세하에게 요청해서 검토한 기술이 사용된 AI이다. 실시간으로 시간탑의 정재된 정보와 자료를 공유를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 없는 인공지능(AI)이다.
 
하늘이 숙소로 들어서면서 그녀가 허공에 대고 말했다.
 
"양갱~ 차에서 시킨 자료검토 보고 해라."
 
15분 전, 차안에서 지시한 명령이었다. "조선왕조실록과 고조선 비문 자료"를 UN 역사자료와 교차 분석하라는 내용이다.
 
"응, 하늘~ 오늘도 수고 많았어~"

안드로이드 양갱 22는 하늘이 벗어 놓은 신발과 외투를 정리하며 따라 다녔다.
 
"야~ 무슨 여자애가 홀라당 다 벗고 그러고 다녀~"
 
"거실에 따뜻한 핫쵸코, 내갈게~"
 
지금 양갱22가 하녀의 복장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는 걸보고 청소가사모드로 세팅중인걸 알수있다.

"양갱, 청소중이였어? 사용자모드 바꿔라"

양갱은 곧바로 바디의 디스플레이를 조절하여 잠옷차림의 소녀로 변경한다. 동시에 실내 공간은 음악이 흐르는 작은 카페로 바뀌고, 온도와 습도, 조명이 자동으로 조절되었다.
 
"하늘, 바로 보고 시작할까?
그보다 먼저 씻는 게 어때?"
 
하늘은 양갱22가 쉴틈없이 떠드는게 좋다.

"야~ 아무리 그래도 예의는 있어야지. 빨리 옷 입어라. 경고했다, 빠알리~"
 
하늘이 씻으러 샤워부스에 들어 간다. 양갱 22는 샤워 소리에 맞춰 음량을 조절하며 보고를 시작했다.

"하늘.. 너 몸상태가.. 너무 안 좋다. 얘"

하늘은 양갱이 스캔한 건강 진단 보고를 중단시킨다.

 
"야. 됐구. 비교한 자료 보고나 해"

양갱이 보고자료를 욕실벽면에 디스플레이 한다.

"기지배.. 성질머리 하고는.. "

양갱은 잠깐의 시간차를 두고 보고를 시작한다.

"자~ 보고할게~ 조선왕조실록과 고조선 비문 자료를 교차 분석하다가, 흥미로운 비문을 발견했어."

 
「八十八年一度, 天柱動搖, 記憶爆裂, 又一次被遺忘。」
 
八十八年一度:88년마다 한 번
天柱動搖:하늘 기둥이 흔들리고
記憶爆裂:기억이 폭발하며
又一次被遺忘:또 한 번 잊힙니다.
 
88년마다 하늘기둥이 흔들리고, 기억이 폭발하며, 또 한 번 잊힌다. 라고... 하늘은 기록이 88년 주기로 공백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늘은 시계탑의 기록이 88년 주기로, 기록에 흐릿한 공백이 생기고 있다. 그 주기마다 기록은 약해졌고, 일부는 완전히 누락되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하늘이 최근 발굴한 고조선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문의 탁본 내용도 이와 비슷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88년…”
 
"1950년, 대규모 기록 소실 삭제 … 그리고 지금은 2037년… 87년 차이... 지금이 기억 주기의 끝인데?"
 
“지금이, 기억 주기의 1년 전인 거야?”
 
그 순간, 샤워실 조명이 깜빡였다. 모니터가 꺼졌다가 다시 켜지며 화면에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상. 이건 시간탑의 메시지였다. 이내 영상이 재생되었다. 감시 카메라처럼 하늘을 기록하는 장면. 영상 위로 자막이 덧입혀져 떠올랐다.
 
[시간탑 내부 관측 기록 7-A: 인간 기억 구조 분기 실험]
대상: 장하늘 / 상태: 미확정 / 분기 수: 3
시간선 A : 기록자
시간선 B : 삭제 대상자, 삭제시기 계산 중
시간선 C : 기억소거 후 일반인 전환
 
하늘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하늘과 시간탑의 공간 속이라서 몸이 허공 속에서 버둥거리는 느낌뿐이다.
 
“나를 감시하고 있는 거야?”
 
하늘은 젖은 머리를 쓸어 뒤로 감싸 넘기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너는 시간탑의 데이터일 뿐이다."
 
하늘은 시간탑의 경고를 이해할 수 없어 침묵했다.
 
그날 밤, 하늘은 일기를 쓴다.
 
2045년 12월 24맑음 80%, 방사능 2ug.
 
"오늘 양갱둘둘이 준 핫쵸코 향에서…"
 
양갱 22는 옆에서 속삭였다.
 
"하늘아~ 얼른 자자~ 너 많이 피곤해."
 
"자~ 여기 잠옷 챙겨 놨어. 안돼~ 잠옷은 입어야 해. 빠알리~"
 
하늘은 무심히 읊조렸다.
 
"야~ 양갱… 네가 아날로그 감성을 알아?"
 


 -  목차  -

시간탑(크로노스타워)의 전설 그리고 양갱22호 

🌀 제0장. 목차(시간탑, 기억의감시자들)
🌀 제1장. 시간의 신 크로노스 
🌀 제2장. 꿈에서 깨어난 유적, 양갱22호
🌀 제3장. 기억이 조정된 유물, 김시현
🌀 제4장. 침입자, 기억의 틈 사이 
🌀 제5장. 잃어버린 교과서 
🌀 제6장. 반복되는 나의 장례식, 기억의 소실 
🌀 제7장. 잊힌 지명 “무진”, 고주연
🌀 제8장. 꿈의 해석
🌀 제9장. 누락된 기억 그리고 기억고, 양갱22
🌐 제10장. 양갱22호의 방송사고 - 너의 소리가 들려
🌀 제11장. 기억의 정제, 윤세하 (잊힌 자의 설계도)
🌀 제12장. 이산의 흔적, 기억고 
🌀 제13장. 검은 연대기, 광개토태왕비 
🌀 제14장. 하늘로 닿은 제단, 단가의 침묵 
🌀 제15장. 기억의 무게 
🌀 제16장. 침묵의 도서관 붕괴, 나의 그림자 
🌀 제17장. 하늘의 죽음, 시간분신 위상자아 
🌀 제18장. 오천년 회기의 새로운 시작